연합회에서 지원하는 아이쿱시네마를 신청하여 함께 감상하게 된 영화다. 2016년도 아카데미 각본상이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은 탄탄한 시나리오의 영화였다. 시종일관 겨울을 배경으로 하며 궂은 일이 끊이질 않는 객관적인 상황 뿐 아니라 관계에서도 건조하고 무표정하게 살아가는 리는 형의 죽음을 맞아 떠나온 고향을 찾고 조카 패트릭의 후견인 지정에 당황하며 거부한다. 그 이유를 과거 자신의 전혀 예상하지도 의도하지도 않은 실수에 의해 세자녀를 화재사고로 잃게되면서 리는 살아도 살아있는 것이 아닌 삶을 살아가며 스스로에게 고통의 벌을 내리고 있었기에 조카의 후견인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조카 패트릭은 엄마의 알콜중독으로 부모가 이혼하고 아버지와 살다 아버지의 죽음을 맞고 후견인을 거부하는 삼촌의 입장을 한편으로는 이해하면서도 왜 같이 살면 안되느냐고 삼촌에게 그때 리는 “I can't bear it"이라는 말로 자신의 상태를 처음 입밖으로 내뱉는다. 꽁꽁 얼어붙은 땅을 팔 수가 없어 죽은 형을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장례를 치르는 장면, 사고 이후 헤어진 아내가 재혼을 해서 임신한 상태로 대로변에서 서로 조우하며 아내였던 랜디가 당시 심하게 말했던 것에 대한 사과와 죽지말고 잘살길 진심으로 바라는 말을 건네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삼촌과 조카가 같이 살 수 있는 것으로 끝나지 않지만 그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영화였다. 슬프면서도 고통스러운 스토리임에도 주인공은 그 흔한 절규로 감정의 폭발을 나타내지 않았고 영화는 관객이 주인공의 감정에 동화되기보다 관조하는 입장으로 갈 수 있도록 진행되었다.
-어제도 살았고 오늘도 살고 있는 삶 속에 희노애락이 빈번하게 오가기에 무심한 듯 사는 것 같다. 고통의 중량감이 내용에 따라 다를 수 있기에 주인공의 고통은 감히 상상이 되지 않았고 그렇기에 주인공 리는 견딜수 없는 삶을 형벌받듯이 견뎌내며 살아가는 것 같다. 스스로의 형벌을 거두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하지 않겠느냐는 말은 차마 건넬 수 없는 것이 내가 그의 고통을 이해한다고 감히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 모임후기
-20여명의 참여자와 영화관람 후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봤는데 상당히 만족스러운 영화였다는 평이었다.
- 리의 고통스런 삶이 이해가 되면서도 리가 너무 안되어서 눈물이 났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의견.
- 화재시 세 자녀가 사망한 것으로 처리된 플래시백 장면은 자녀를 두고 있는 주부들에게 굉장히 아픈 공감의 장면이라 눈물이 났다는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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